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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부르신 곳에서

먼 종소리 2019. 11. 15. 10:44

티시 해리슨 워런 <오늘이라는 예배>

 

부르신 곳에서 나는 예배하네. 어떤 상황에도 나는 예배하네.

내가 걸어갈 때 길이 되고, 살아갈 때 삶이 되는 그 곳에서 예배하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양 중의 하나인부르신 곳에서는 부르면서 내 삶 자체가 정녕 예배가 되고 있는 건지 늘 회개하게 되는 곡이다. 내가 있는 이 자리, 일상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주님을 예배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내 몸을 감싸며 늘 평안함을 주시는 그 따스한 성령님의 임재를 느끼기엔 내 일상은 너무나 분주하고 내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습관과 일과에 따라서만 움직이고 있었던 게 아닐런지.   

 

<오늘이라는 예배>는 하루를 회복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뼈때리는 구절들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핸드폰을 켜서 밤 사이 놓친 소식을 확인하는 것, 점심을 먹고 오랜 시간 커피를 마시면서 양치를 미루는 것, 차를 가져가는 날이면 거의 매번 이 방 저 방 서랍을 열면서 차키를 찾는 것, 요리하기 귀찮아 어느 새 냉동실에 있는 비비고 만두를 꺼내 해동시킨 후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돌리는 것, 남편의 사랑의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남편과 모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 내 약속을 위해 홀연히 사라지는 것, 아이의 유치원에서 엄마 수업 참여의 날이었는데도 직장에서 맡은 업무를 펑크내지 않기 위해 차마 휴가를 내지 못하고 남편을 대신 보낸 것, 둘째를 주실 것을 믿음으로 기다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나의 계획대로 해보고자 난임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며 초조해하는 것, 삶이 바쁘고 다른 성도들의 시선이 두렵다는 이유로 순모임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가을 단풍을 보며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 밀린 업무를 위해 잠을 줄이는 것등등 일상에서 내가 무심코 흘려 보냈던 순간들이 모여 깨닫지 못한 사이 나는 천천히 하나님과 멀어지는 습관을 형성해왔고, 결국 구별된 인생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과 사랑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을 통해 형성된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이런 한심한 습관과 반복을 통해 삶의 초점이 흐려지고 방향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를 성숙시키는 훈련의 장은 아프리카 사막이나 정글 오지의 선교지가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 내가 서 있는 이 곳에서 매일의 일상이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하루 안에서 하나님께 시선을 두고 매 순간 그 분의 임재를 느낄 수 있다면 내 모든 삶이 거룩한 예배가 될 수 있을 텐데…… 내 욕망의 방향을 나 중심으로 두고 엉뚱한 트랙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책을 다 읽은 다음날 아침, 아주 오랜만에 침대 정리를 했다.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묻는다. “엄마, 오늘 붕 할머니 왔다 가셨어?”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집 청소를 도와주시는 이모님이 소리를 내며 진공청소기를 미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는 침대 정리는 이모님만이 하시는 일로 알고 있었나 보다.

아니~ 엄마가 정리했어!”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가 바로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평범한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결국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사는가라는 이 책의 메시지처럼 작고 사소한 방법을 통해 조금씩 나를 훈련해가면서 하루하루 주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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