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Pray, Grow

책을 짓는 아름다운 마음 본문

책과 생각

책을 짓는 아름다운 마음

먼 종소리 2019. 10. 13. 23:35

은유 <출판하는 마음>

 

출판 시장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책이 팔린다는 거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책이 쏟아져 나온다. 누군가에게 읽혀지길 원하며 서점 매대에 깔려 있는 수많은 책들. 서점에 때면 나는 많은 좋은 책들 언제 보고 죽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한 친구 하나는 레코드 가게에 가면 많은 좋은 음악들을 언제 들어보고 죽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었는데... 정말 세상에는 좋은 컨텐츠가 너무나 많고 우리가 살면서 향유하는 드넓은 모래사장에서 모래 잡아올린 정도나 될까? 그마저도 바람에 파르르 흩날리는 모래알처럼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릴 때가 많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문화 컨텐츠를 찾는 이유는 결국 안에 사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은유 작가의 따뜻하면서도 통찰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 출판인들의 . 책을 아무리 좋아한다해도 그전에는 미처 관심이 미치지 못했던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정말 권이 안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배어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영화나 음악, 방송을 만드는 곳에서 잠깐씩이나마 경험을 해보긴 했지만 정말이지 컨텐츠를 만드는 곳은 하나같이 노동 환경은 열악한 반면, 일의 강도는 세다. 열정 하나로 뛰어 들지만 상처뿐인 영광일 때가 많다.

 

역시 그저 좋아서 한다는 이유로 노동 시간과 박봉을 견디며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노동 착취와 다름 없었던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나방처럼 달려 드는 사람이 많은 곳이고, 출판사도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곳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딜레마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를 시장에서 팔아야한다는 것일 게다. 나도 영화가 순수하게 좋아서 영화사에 들어갔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상관없이 매력적인 포스터를 만들고 후킹할만한 카피를 쓰고, 부풀려진 광고를 만들어야 했다. 영화를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것과 티켓을 파는 것은 정말로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는 입사를 하고나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 컨텐츠 업계 종사자가 느끼는 하나의 딜레마는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를 원없이 누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철저하게 무너지면서, 동시에 내가 맡은 작품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봐야 한다는 고통일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영화관에 가서 개봉작은 모두 섭렵했던 내가 입사 후엔 내가 맡은 영화만 주구장창 대사를 외울 지경에 이를 때까지 보고 봐야 했던 지독했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나는 영화의 개봉을 준비하며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예고편에 자막이 입혀졌는지를 백만번 돌려봤던 기억이 있다.

 

이런 얄팍한 경험 덕에 출판인들의 사정이 어떨런지도 대충은 감이 온다. 책을 좋아했던 문학소녀가 출판사에 들어와서는 자기 취향과 상관 없는 책을 만들기 위해 하염없이 원고 교정만 봐야 하는 남루한 현실이 펼쳐지리라.   

 

그래도 나는 그런 불나방 같은 사람들을 존경한다. 책에 나온 번역자 홍한별처럼 생각만 해도 좋은 가지가 바로 직업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매당 고료 2,500원을 받으면서도 단어, 단어를 심사숙고하며 고르고 골라서 정말 자리에 맞게 반짝이는 말을 만들어내는 일을 년간 해온 그녀처럼 좋은 책에 대한 열정,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있도록 하는 열심이 오늘날 우리 출판계를 그나마 여기까지 끌고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마음들에 힘껏 박수를 보내며 타인의 노동에 빚진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응원할 있기를 소망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