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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나는 주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시

먼 종소리 2019. 10. 21. 23:58

에밀리 프리먼 <나를 일으키는 백만 가지 방법>

 

"우리에게는 주어진 삶이 있다. 지금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들부터 발아래의 땅까지도 자신을 드러내라는 부름이 주어진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를 지으신 이도, 보내신 이도, 나를 나답게 빚어가시는 분도 하나님일진데 나는 그 엄연한 사실을 왜 그렇게 자주 망각하며 사는 걸까. 내게 주어진 모든 삶이 그 분의 계획 안에 있는데 나는 무엇이 그리 불안하고 초조했던 걸까.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긴다고 기도로는 늘상 읖조리면서 늘 마음은 출렁이고, 머리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리고 내 안의 비평가는 끊임없이 다그친다. 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넌 주님께 쓰임받으려면 한참 멀었다고. 이것도 준비하고 저것도 경험하고, 재능을 찾아서 그걸 갈고 닦아야 진정으로 주님의 일꾼이 되지 않겠느냐고. 이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땐가?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하지 않을까. 지식을 쌓고, 견문을 넓히고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늘 마음이 분주했다. 아직 나는 주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되지 못했고, 주님이 주신 소명을 찾지 못했고, 나는 그저 그 때를 기다리며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늘 기도했다. 주님 나를 사용해주시라고.

 

그랬던 것 같다. 주님이 뭔가 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려 놓으셨는데 나는 아직 그 그림 속에 들어갈 자격이 안 된다고. 실력도 없고 경험도 미천하고, 아직 너무나 부족해서 주님이 사용해주시는 그 날까지 더 기다리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이 최근 몇 년 더 강해진 건 아마도 직장 내 나의 입지가 좁아짐을 느끼면서였던 것 같다. 출산을 하고 휴직 후 돌아온 직장에서 승진도 누락되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며 그동안의 내 경력이 부정되기도 하고, 또래의 동료들이 하나 둘씩 인정 받으며 직책을 맡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박수치며 바라보면서 나는 그들과 다른 '마미트랙'으로 들어서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섬뜩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맡았던 업무가 잘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눈치가 보여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가 결국 유산을 하고나서야 모두에게 원치 않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 업무는 결국 없어지고 올해 나는 또 나보다 어린 팀장 밑으로 들어가 격무와 함께 온갖 감정 노동과 바닥까지 친 자존감을 겨우 겨우 끌어올리면서 하루하루를 버텨오고 있다. '여기가 아닌가보다. 주님이 나를 단련시키는 훈련의 장에 두셨지만 나는 계속 준비해서 어딘가 새로운 곳에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 <나를 일으키는 백만 가지 방법>은 이런 내 생각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변화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은 극도의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내게 있는 것을 가지고,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어떤 준비나 대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옷을 입고 주어진 하루를 향해 나아가며 기꺼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린 마음을 갖는 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말이다."

 

주님을 위해 뭔가 거창한 일을 해야할 것만 같은데 아직 나는 너무나 부족하고, 직장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데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들처럼 뛰어난 재능도 없고 용기도 없는데 과연 주님의 일을 할 수나 있을까란 자기 의심에 사로잡혀 있는 내게 주님은 책을 통해 알려주셨다.

 

주어진 삶 속에서 주님이 주신 예술을 발견하고 펼쳐 보이는 것. 내 안에 이미 주신 재능을 발견하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 보이는 것. 비록 작고 연약하며 보잘것없어도 바로 그걸 통해 하나님을 나타내는 것. 그게 바로 주님이 진정 내게 원하신다는 거다.

나를 사용해달라는 기도를 들으시면서 하나님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이미 나에게 모든 걸 주시고, 아들이 죽기까지 날 사랑하시는데 도대체 난 뭘 더 바래왔던 건지. 주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냥 내 빛을 비추어 네가 정말 갈망하는 것을 잘 찾아보렴. 어린 시절 네가 정말 즐거워했던 일이 뭐였니? 내가 네게 준 걸 발견하기만 하면 된단다. 그리고 잠시 내 안에 깊이 가라앉아 있어보려무나. 네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결코 없단 걸 알겠지? 그리스도와 함께 네 옛 자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만 너는 비로소 새롭게 살 수 있단다. 그리고 너의 눈물과 질문과 상처를 통해 내가 들려주는 음성을 들어보렴. 그래야 너만의 고유한 예술을 알아낼 수가 있지 않겠니? 이젠 세상에 네 자신을 드러내면 되는거야. 넌 너만의 고유한 리듬을 가진 한편의 아름다운 시니 그걸 세상에 드러내면 될 뿐이란다. 그리고 창조의 처음과 끝은 기다림인 거 잘 알지? 힘들고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내가 하는 일을 믿음으로 기다려봐. 그리고 아무리 보잘것없고 사소해보여도 다른 이들과 나눠야 결국 나한테 돌아온다는 거 기억하렴. 이제 이 땅에서 일상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창조하면 되는거야. 나와 동행하면서 말이다. '

 

나는 주님의 시로써 나만의 예술을 창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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