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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 in Chemistry> 소모임 살롱 글 모음

먼 종소리 2022. 12. 4. 16:47

Fuel for learning, Elizabeth Zott wrote on a small slip of paper before tucking it into her daughter's lunch box.


바로 며칠 전, 여덟 살 첫째 아이로부터 들은 말인데요.
"엄마는 다 좋은데 딱 하나 잘했으면 하는 파트가 있어."
"그게 뭔데?"
"요리!"
첫 페이지에서부터 아이 도시락 가방에 메시지를 적어서 넣어 주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면서 위축되기 시작하다가 이 문장을 보면서 한 대 맞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ㅋㅋ


"The point is, I put a great amount of effort into making a nutritious lunch for Madeline - something that I'm sure you also strive to do for your child."


그러다가 엘리자베스가 TV쇼에서 항상 마무리 멘트로 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yes!' 했다죠.
"Children, set the table. Your mother needs a moment to herself."
그래도 오늘 파트 읽으면서 결심했습니다. 다음주부터 아이가 매일 학교에 싸가지고 다니는 간식통 위에 포스트잇 한장 적어서 붙여주려구요. fuel for learning 까지는 안 되더라도 Your mom always cares for you even though she's not a good cook.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죠?

 

10월 8일 토 8p~13p / 10월 9일 일 14p~19p
책 진도는 앞지르고 있는데 슬랙에 남기는 건 바로 못했네요. 밀렸지만 제 페이스대로 남겨 보렵니다. ㅋㅋ
She'd recently read about some country where both parents worked and took part in raising the children. Where was that. again? Sweden? She couldn't remember. But the upshot was, it functioned very well. Productivity was higher; families were stronger.


스웨덴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가 결국 여성의 일자리, 곧 양성 평등 정책 덕분이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온 이야기인데요. 예전에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제목을 잘못 썼다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스웨덴 여성, 10명중 8명 일하는데 한국보다 출산율 2배 높은 이유"가 아니라 "10명 중 8명이 일하니 한국보다 출산율 2배 높아" 이렇게 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07903#home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에도 스웨덴이 그런 나라였다는 게 놀라워서 저도 좀 검색을 해봤어요. 스웨덴을 성평등 국가로 만든 주역인 학자이자 운동가였던 알바 뮈르달이란 분이 있더라구요. <잊혀진 여성들>이라는 뉴스레터에서 소개되어 공유 합니다. (이 뉴스레터도 이번에 알게 됐는데 진짜 멋지네요!)
https://maily.so/almostfamous/posts/5a924537
알바 뮈르달은 1930년대 <인구 문제의 위기>라는 책에서 출생률 저하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여성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고 아이들을 국가가 나서서 보살펴야한다면서 이때 도입한 게 육아휴직 제도라고 합니다.
기존의 육아휴직제도와 달라 여성과 남성이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반반씩 사용하도록 한 정책이었고, 이 제도는 스웨덴 사회에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노동 시장에서 고용주가 여성을 기피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육아 휴직 때문이었는데, 이를 여성과 남성이 의무적으로 반반씩 사용하게 되면서 고용시장에서의 성차별이 대폭 감소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스웨덴을 양성평등 국가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였습니다.
현재는 자녀 1명당 유급 육아휴직이 480일이 있는데 그 중 90일은 아빠들이 써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 나라도 아빠 육휴 할당제를 도입해서 의무적으로 쓰게 하면 좀 나아질까요? 출산 정책은 결국 노동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이 당연한 원리가 왜 우리나라에선 통하지 않는지.. 생산성도 높아지고 가족 간의 유대도 강화되는 이런 정책이 제발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가임기 지도나 만들지 말고.

 

10월 10일 월  20p~25p
I don't want to be a scientist," she snapped. "I am scientist!" And in her mind, she was not going to let some fat man at UCLA, or her boss, or a handful of small-minded colleagues keep her from achieving her goals.


이 부분 너무 통쾌했어요. 이미 과학자인데 왜 과학자가 되고 싶냐니요! 능력 있는 여성이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면 아예 싹을 잘라버리려는 소심하고 쫌스러운 남자들.. 사실 21세기 한국에서는 여전히 발견되는 종족이죠. 전 직장에 딱 이런 캐릭터가 있었는데요. 여성 팀원들만 있는 디자인팀의 남성 팀장. 실력있는 팀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꼴을 못 보고, 성희롱과 같은 비열한 방법을 쓰다가 결국 쫓겨난 팀장이 하나 있었더랬죠.
그런데 문제는 Calvin과 같이 only be smart in one narrow way인 남자란 사람들, with all those rice paddies, there could possibly be starving children in China 라고 물을 것만 같은, "What sex discrimination?"이라고 innocently 묻는 남자들은 이 팀장을 오히려 두둔한다는 거죠. 그래도 하루 아침에 잘린 건 너무 한 건 아니냐는 이 시대착오적인 반응.. 여자들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비커를 acquire 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겠죠. 여성 과학자 많지 않아? 하면서 퀴리 부인을 댈지도 모르는..엘리자베스가 그 자리에까지 가려고 무엇을 견뎌내야 했는지 Calvin 같은 남자들은 정말 상상조차 못할 거예요. 참 씁쓸하네요. 

 

p.32~37
While some couples' togethereness tends to affect their work in a negative way, it was just the opposite for Elizabeth and Calvin. They were working even when they weren't working - fueling each other's creativity and inventiveness with a new point of view - and while the scientific community would later marvel at the productivity, they probably would have marveled even more had they realized most of it was done naked.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끼리 사귀면 서로 대화도 잘 통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바로 그런 케이스네요. 서로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면서 채워줄 수 있는 관계, 너무 좋아 보여요~ 하지만 일하지 않는 때에도 늘 일하는 기분이 늘 좋지만은 않을수도 있을 것 같은데..이들은 워낙 일에 열정적인 화학자들이라서 안 그런 걸까요? 

 

For Elizabeth, cooking wasn't some preordained feminine duty. As she'd told Calvin, cooking was chemistry. That's because actually is chemistry.


성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 청혼도 받아들이지 않던 엘리자베스가 캘빈의 끼니를 그렇게 챙겼는지, 딸의 점심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결국 요리 프로그램까지 하게 됐는지를 알게 해주는 부분인 것 같아요. 여성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가 절대 아니라 요리도 화학 실험을 하듯, 직업정신으로 했던 거죠. 요리도 과학이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는데 저처럼 과학을 못하는 사람은 요리를 못하는 게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고.. ㅋㅋ 저도 요리를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과학이나 예술을 하듯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고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네요. ㅋㅋ

 

p.71
He and Edith were a team the way couples were meant to be a team -- not by sharing hobbies like rowing for fuck's sake -- but in the way their sexes deemed socially and physically appropriate. He brought home the bacon; she pumped out the babies. It was a normal, productive, God-approved marriage.


캘빈&엘리자베스 커플이 서로 조정을 하며 취미를 공유하는 관계라면 Donatti와 Edith는 정말 한 배를 타고 인생의 풍랑을 함께 헤쳐 나가는 동지의 느낌이네요. 결혼 전에는 같이 취미 생활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결혼 후엔 이렇게 한 명은 bring home the bacon, 한 명은 pump out the babies... 가족을 만들고 지켜 나가기 위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느라 취미 따위 개나 줘버려야 하는 상황. 한 때 하바드의 rower였던 Donatti는 아내와 같이 rowing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하나님의 허락하신 결혼의 모습이지만 읽으면서 좀 씁쓸하기도 했네요. ㅠㅠ

 

p.97
An army of tears lay just behind her eyes, but they refused to decamp. It was as if the wind had been knocked out of her: no matter how many deep breaths she took her lungs refused to fill.
The problem was, now she heard the boiling water, too.


오빠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울지 못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네요. an army of tears가 들어 있지만 나오지 않고, 아무리 깊이 숨을 들이 쉬어도 폐 안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 같은 기분. 진짜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못 느낄 허망함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 물을 끓인다는 망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는 남자처럼 엘리자베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 아닐까 싶네요.

 

p.105
"I never rode his coattails."
"And once you find one," she said, "maybe a lawyer," she specified, "then you can stop all this science nonsense and go home and have lots of babies."
"That's not what I want."
"Biology!" Frask roared as she tapped her pen against Elizabeth's stomach. "Zott, please! We're women! You know very well Evans left you something!"
And Elizabeth, eyes suddenly wide with recognition, was sick all over again.


같은 여자인 Frask는 엘리자베스와 어쩜 이렇게 생각이 천지차이일까요? science nonsense는 그만하고 남자 잘 만나서 아이나 많이 낳으라니요.. 그런데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캘빈의 coattail에 무임승차 해버린 꼴이 된 지도 모르고, 난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데요. 그런데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이 임신을 해버린 상황.. 아 엘리자베스 인생 정말 힘드네요.

 

P.127
And sure enough, he reached out his hand and placed it on her belly as if she were a hands-on exhibit at the Natural History Museum. ....
"Remove your hand," she said, "or live to regret it."
"Bada bada bada!" he sang, thumping her stomach like a bongo drum.


이 문장을 보고 제 눈을 의심해서 다시 한번 읽었는데도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시츄에이션이더라구요. 예전에 시아버지가 임신한 며느리한테 배 한번 만져보면 안 되겠냐고 해서 기겁을 했다는 며느리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이야기 들으면서도 소름이 돋았었는데 이건 엘리베이터에서 생판 모르는 낯선 남자가 임신한 배를 드럼처럼 치다니요!! 진짜 임신부의 배가 동네북입니까?! 


P. 130
It was the first time someone had acknowledged her situation, and the shock of it caught in her throat. She felt a cache of tears threatening escape just behind her eyes.
엘리자베스의 힘든 처지를 처음으로 이해받았으니 그럴법도 한 것 같아요. 저도 임신했을 때, 임신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온몸의, 차마 말할 수 없는 부위에서까지 느껴지는 온갖 통증을 견디며 지내다가 검진일에 산부인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에 울컥 할 뻔한 적이 있었거든요. 엘리자베스는 몸의 괴로움에 상황적인 어려움까지 얼마나 힘들고 막막했을지 정말 상상도 안 갑니다.

 

P.143
"No one's fine with a newborn, Miss Zott. The little gremlin will suck the life right out of you. Look at you - you've got the death row look. Let me make you some coffee."


이 문장을 보는데 제가 첫 아이 낳고 좀비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저희집에 친히 와서 크림 파스타를 뚝딱 만들어서 식탁에 차려주고, 제가 며칠 굶은 사람처럼 (실제로 그랬었던 것 같아요)  폭풍 흡입을 하는 동안 제 옆에 앉아서 능숙하게 아기를 안고 재우면서 제 고충을 들어줬던 베프가 생각나네요. 진짜 신생아 육아 시절, 아기 선물만 가지고 잠깐 왔다 가는 사람보다 이렇게 제가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아기로부터 잠깐 쉴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정말 두고두고 고마웠던 것 같아요. 엘리자베스에게 Mrs. Sloane 같은 이웃이 있단 게 너무 다행이네요. 진짜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를 홀로 키운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니깐요.

 

p.162 

Having a baby, Elizabeth realized, was a little like living with a visitor from a distant planet. There was a certain amount of give and take as the visitor learned your ways and you learned theirs, but gradually their ways faded and your ways stuck.


아이는 '가장 친한 타인'이라는 이야기를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에서 본 것 같아요. (확실하진 않아요. ㅋㅋ) 그리고 얼마 전, 첫째 아이 반모임을 하면서 엄마들끼리 "우리 애들을 이모처럼 대하자구요. 조카는 뭘 해도 예쁘잖아요." 라며 이야기한 기억이 났어요. 머나먼 행성에서 온 방문객이 잠시 나와 같이 살아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화가 안 날텐데 말이죠. 서로에게 계속 배우는 관계로 남을 수 있고, 내 방식을 그렇게 강요하지 않아도 될 테구요. 아이와의 적당한 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 문장이었네요.


p.171 

Her nonstop schedule was killing her, her lack of income threatened her family, her self-esteem had plunged to an all-new low.
"I don't like it," Harriet said, unhappy about the school situation, which would rob her of her purpose. "After the way they treated you and Mr. Evans? It's bad enough that you kowtow to all those idiots who drop by here."


엘리자베스가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싱글맘으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연구소에 다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그려지는데 마음이 참 짠해지네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 의견을 펼치는 Harriet이 왠지 엘리자베스의 든든한 엄마 같은 느낌이 들어 감동이었어요.


p.176-177 

"Can I have a blue flower instead?" Madeline had asked.
"No," the teacher had said. "Blue is for boys and pink is for girls."
"No, it isn't," Madeline said.
The teacher, a Mrs. Mudford, shifted her gaze from Madeline to Elizabeth, looking at the too-pretty mother as if to pinpoint the source of the bad attitude. She glanced at Elizabeth's empty ring finger. Bingo.


핑크는 여자, 블루는 남자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시대에 "No"를 말하는 Mad를 보고 자연스럽게 엘리자베스를 쳐다보며, 엄마가 너무 예쁘고 결혼 반지가 없으니 "그럼 그렇지"하고 생각하는 교사. 이런 편견이 사실 지금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당시엔 정말 심했겠죠.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당찬 두 모녀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안타깝지만 그래도 둘은 씩씩하게 잘 살아가겠죠?


p.182 

But as the years wore on, he began to feel like he was the prisoner permanently assigned to digging the escape tunnel. At the end of the day, as the other prisoners scrambled over him to freedom, he stayed behind with the spoon.


20대 때, 음반사와 영화사를 다니면서 늘 하던 생각이 있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을 entertain 해주느라 정작 나는 entertain 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구나.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홀로 사무실에 남아 당시 제가 담당했던 영화를 수십번 돌려보면서 정말 나는 누구? 여긴 어디?란 생각을 수없이 했던 때를 떠올리게 한 문장이었어요. 이 사람은 탈옥하기 위해 숟가락으로 수십년간 터널을 파다가 결국 다른 죄수들 다 도망시키고 홀로 남아 숟가락을 빨고 있는 기분이군요.

 

p.212
"It's more that I want you to be you," he said. "Not a scientist."
She tucked a few stray hairs behind her ears. "But I am a scientist," she argued. "It's who I am."


 마지막으로 문장을 하나 남기고 싶었는데요. 우리가 읽기로 한 마지막 페이지에 요 문장이 딱 들어오네요.
방송에서 무엇을 입을까에 대해 옥신각신 하다가 엘리자베스가 실험실 가운은 안 되냐고 하니 월터가 과학자가 아닌 그냥 당신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죠.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과학자로서의 자기가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라고 하는데 정말 이 언니 끝까지 응원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그저 afternoon depression zone 오락 프로의 호스트로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로 소비되기 보다 끝까지 한 명의 전문적인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지키려는 모습. 정말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대담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텐데 여성 과학자로서의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엘리자베스와 같은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그나마 여성들이 전형적인 남성 영역이라고 하는 분야에서도 조금씩 영역을 넓혀 가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구요.
책의 중반부까지 진짜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함께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나머지 후반부도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이제는 혼자라도 끝까지 읽어 가보려고 해요.
원서 함께 읽기의 경험 너무 좋았습니다. 지영님 너무 감사하구요. 다들 이따가 마지막 밋업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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