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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서야 알게된 것들...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혜

먼 종소리 2019. 9. 22. 08:35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너무나 싱그럽고 파릇하지만 그때는 그 젊음의 푸른 생기가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는 청춘의 20. 아니,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시절인지도 모르고, 인생에 대한 질문으로만 가득찬 불확실성의 시간을 못 견디며 이리저리 방황하고, 상처받고 깨어지며 아파하고 번민 속에 괴로워하며 지내는 때. 20대 당시에는 절대로 그 시절이 얼마나 귀하고 다시 못 올 인생의 봄날인지 절대로 알기 어렵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모든 게 새롭고 부족한 것 투성이에, 당최 나의 길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 속에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서성였는지. 나의 20대도 그러했고, 20대를 거쳐온 많은 사람들이 그 때를 즐겁기만한 날로 기억하지는 않을 듯 싶다. 그 땐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아서, 내 삶에서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불안했다. 정여울 작가가 20대에게 보내는 따스한 선물 같은 이 책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20대에 읽었으면 그런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을까.

 

친한 언니와 학교 후문의 아담한 까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밤이 깊도록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장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스무살 때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니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꼈던 감정과 통찰을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모습 말이다. 정여울 작가는 정말 다정한 언니처럼 조곤조곤 이야기 해준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지만 너는 꼭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모든 키워드가 20대를 향하여 해주고 싶은 말이라곤 하지만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나에게도 왜 그렇게 감동이 되고 가슴에 콕 박히는 걸까. 어쩌면 20대를 지나 30, 40대를 지나도 인간사의 본질은 같고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가치는 꼭 20대만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중년이 되어도, 노년이 되어도 계속 되새김질하고 기억하고 계속 곱씹으면서 살아야 한다.

 

아직도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나에게 주신 달란트는 무엇일까 탐색 중인 나는 여러 키워드 중에 재능, 탐닉, 직업, 배움 등의 키워드가 여전히 와 닿는다. 아직도 나에겐 주님이 주신 소명이 무엇인지 뚜렷히 잡히는 게 없고, 이제껏 해온 일이 있지만 뭔가 계속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도 들 때가 있다. 이런 나에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빛나는가'를 스스로 집요하고 예리하게 관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20대에 했어야 하는 걸 아직도 못하고 있다니 괜시리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작가의 말대로 '마음의 전공'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잘하는 것과 상관없이 탐닉의 대상을 찾는 것은 정말 유의미한 것 같다. 비록 그곳에 재능이 없을지라도 내가 정말 숨쉴 수 있는 곳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건 축복 중의 축복이다. 그래서 40대가 된 지금의 나는 여전히 나란 사람을 알기 위해 배우고, 주님께 간구한다.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나답게 만들면서도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되기를 말이다.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나는 이 책을 청춘의 20대가 아닌 지금 만난 것이 오히려 더 감사하다. 20대에는 이 책을 읽어도 다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그저 오지랖이 넓은 어느 언니의 훈계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고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고, 그 때는 몰랐지만 이제 알게 되니 지금의 삶에도 너무나 필요한 덕목이고 지혜다. 하나님은 늘 필요한 때 영과 육에 공급하시는 분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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