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돌아보기

 

나는 17년차 마케터다.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를 빡세게 하면서 기자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진 후로 기자처럼 글은 쓰지만 기자가 아닌 직업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막연히 문화컨텐츠와 관련된 일이면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추천으로 외국 음반사 마케팅 포지션에 지원하여 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마케팅의 'm'자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 원하는 일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리고 막상 일을 해보니 카피 문구 하나 쓰는 것도 고심해서 잘 써야 하는 일이었고, 고객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업무였기 때문에 기자와 유사한 면이 많았다. 물론 기자들에게 엄청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점이 훨씬 많지만. ㅋㅋ

 

암튼 첫 사회생활을 당시에는 거의 없었던 주 5일 근무를 하며 하루 종일 음악에 둘러싸인 채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사회 초년생의 열의가 하늘을 찔러 주말마다 샘플 CD를 챙겨 이대앞, 신촌 일대 레코드 가게를 돌며 사장님 혹은 직원들과 안면을 트고 나름 시장 조사를 하고 다녔더랬다. 손님들이 어떤 코너에서 서성이는지, 어떤 CD를 들었나 놨다 하는지, 헤드폰을 끼고 듣는 샘플이 어떤 회사, 어떤 아티스트들인지, 어떤 POP가 어떤 위치에 이목을 끌고 있는지 등등 느릿느릿 매장 안을 걸어다니며 여기 저기 주의 깊게 살폈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마케팅이 거의 없다시피한 시절이었으니 고객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선 매장 밖엔 답이 없었다. 앨범 삽지 안에 고객의 의견을 적어서 보낼 수 있는 엽서를 껴놓고 그 엽서가 우편으로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VOC였다. 진짜 아 옛날이여~ 할만한 시절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유통 업계에서 이런저런 크고 작은 마케팅 캠페인을 해오면서 정말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절감하며 일하고 있다. 이렇게 라떼는 지극히 아날로그스러운 마케팅을 해왔지만, 요즘에는 20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디지털 세계 안에서 계획부터 집행, 성과 측정까지 모든 걸 하고 심지어 고객이 남긴 digital footprint인 data를 분석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게 됐다. 물론 나의 성향이나 역량과는 상관없이 마케팅 직무 한 곳에 계속 있다보니 시대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온 측면이 크다.

 

..to be continued